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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인터뷰

우리 아이 ‘초등생 수포자’ 만들지 않으려면?

단순히 수학이 어려워져서 포기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해당 학년 아이들이 내용을 이해 못 해서 포기할 정도는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어요. 최근 대부분 학부모가 고학년에 대비해 문장제 수학, 사고력 수학 등 고난도 문제로 선행 학습을 시키는데요. 이처럼 어려운 내용을 ‘부모 주도식’으로 공부하면 아이들은 일찌감치 수학을 싫어하게 됩니다.

저학년 수학은 사칙연산 중심이라서 아이들은 수학이 싫어도 아예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타의(부모)에 의해 충분히 연습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고학년이 되어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문제가 어려워지면 수학을 싫어하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수학을 포기하기 시작합니다. 비로소 ‘수포자’가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이런 아이들은 저학년 때부터 ‘잠재적 수포자’였다고 볼 수 있어요. 수포자의 다른 이름은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입니다. 아이 수준을 뛰어넘는 무리한 선행 학습과 과도한 학습량이야말로 아이를 수포자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아이 수준에 맞지 않는 선행 학습은 진정한 수학 실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됩니다. 선행 학습으로 아이가 더 똑똑해지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1학년이 4학년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미리 배웠다’는 의미일 뿐 ‘수학을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거죠. 진짜 수학을 잘하는 아이는 자신의 학년 수준에 해당하는 고난도 문제를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는 아이입니다.

여러분 자녀가 수학에 관심을 보이고 문제를 곧잘 푸는 것처럼 보이면, 선행 학습을 시키기보다는 해당 학년의 고난도 문제를 구해서 슬쩍 내밀어 보세요. 단, 이때 부모님이 너무 욕심을 내고 기대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10분 정도라면, 10분 내내 어려운 문제를 붙들고 고민하더라도 지켜봐 주세요. 이렇게 하면 단 한 문제를 풀더라도 아이는 짜릿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크고 작은 성취감이 쌓여갈수록 수학을 좋아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좋아하게 되면 당연히 잘하게 되지 않을까요?

평소에 아이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해야죠. 대부분 부모가 아이 옆에서 휴대폰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빨래를 개면서도 아이를 제대로 지켜볼 생각은 못 합니다. 저는 옆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아이가 모르게 곁눈질로 계속 지켜봅니다. 이를테면 숙제를 시켜놓고 한 문제를 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몇 분 만에 모든 숙제를 끝내는지 수시로 점검해보는 거죠.

한편, 아이의 성향이나 환경에 따라 집중하는 정도도 달라집니다. 우리 아이는 TV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공부를 시키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요. 지금 하는 공부나 숙제를 빨리 끝내야 마음 편히 TV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 순간에는 집중력이 굉장히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이런 것도 평소에 아이를 잘 관찰하고 아이의 성향을 이해해야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죠.

학년별로 가장 적절한 학습량은 ‘학교 진도’만큼입니다. 적절한 복습량은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만큼이고요. 복습만 제대로 해도 결코 적은 학습량이 아닌데, 대부분 부모는 문제집을 몇 페이지 풀고 몇 권씩 떼야 한다고 생각하죠. 초등학생 시기에는 학습량에 연연하지 말고, 단 한 문제를 풀더라도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끌어주세요.

예를 들어, 10분에 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아이에게 30분에 10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 문제를 풀다가 시간이 부족하니까 자꾸 해답을 들춰봅니다. 해답을 보면 그 순간에는 문제를 이해한 것 같지만, 완전히 자기 실력으로 푼 건 아니죠. 문제가 어려워도 끈기 있게 매달려서 스스로 개념을 이해하고 풀면 한두 번 만에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데, 해답을 보는 버릇을 들이면 최소한 삼십 번은 반복해서 봐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해답을 보더라도 일단 문제를 많이 풀었으니 학습량은 상당한 것 같지만, 시간 투자 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 손해인 셈이죠. 중학교까지는 이런 식으로 공부해나갈 수 있지만, 학습량이 늘고 내용도 어려워지는 고등학교 수학에는 그렇게 무작정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문제를 풀 때 끈질기게 생각하고 스스로 이해해서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성취감을 맛보도록 도와주는 훈련이 필요해요.

고학년에 대비해 선행 학습부터 시키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학교 진도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 배우는 내용이 앞으로 어떻게 확장되는지 전반적인 수학 학습의 흐름을 알려줌으로써 현재의 학습이 왜 필요한지 느끼게 해주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수학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개념이 확장되고 배운 내용이 누적되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계통 학문이므로, 지금 배우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를 학습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배운 수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바탕으로 고학년 때는 자연수에서 분수와 소수로 수의 범위가 확장되고, 사칙연산의 학습이 누적되어 혼합 계산을 배우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님들은 아이가 문제를 잘 풀기만 하면 진도를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해서 선행 학습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학습하는 교과서나 문제집의 진도 범위 내에서는 문제를 잘 풀던 아이도 여러 단원의 문제가 섞여서 나오는 시험장에서는 독립적인 문제 하나하나에 어떤 개념을 적용해서 풀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이런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응용력이 부족한 학생이 되기 쉽습니다. 아무리 쉬운 문제라도 아이가 문제를 읽고 ‘어떤 개념을 적용해서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면 되겠다’고 판단해서 자신만의 해결 전략을 세울 수 있는지 꼭 확인해 보세요.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옆에서 수학 숙제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집니다.(웃음) 빨리 끝내고 놀고 싶으니까 문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면 고민하지 않고 해답부터 찾아보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 역시 다른 많은 아이처럼 아직 수학에 별다른 흥미를 못 느낀다는 의미죠.

저는 아이가 수학 문제 단 한 개를 풀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답을 설명해주거나 도와주고 싶어도 꾹 참고 옆에서 지켜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수학을 통해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수학은 정답과 오답이 있는 명쾌한 학문입니다. 오답의 원인을 찾아 정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사고가 확장되죠. 개념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무리해서 선행 학습을 하거나, 무조건 정해진 학습량만 채우는 방식으로 공부하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진짜 목적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기쁨과 성취감을 꼭 맛보게 해주세요. 수학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스위치’만 켜주면, 여러분의 자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포자’가 되기는커녕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수학 우등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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